시청각장애부모의 자녀에게 필요한 언어발달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언어발달지원사업’이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편법으로 운영돼 정부 돈이 줄줄 새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언어발달지원사업의 편법운영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자 당국은 시행 2년 만에 뒤늦게 현장점검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각장애인 부부 1급 이유형(서울 영등포) 씨는 본지에 제보를 통해 “언어발달지원사업에 규정돼 있는 시간도 지키지 않고, 서비스 내용도 일반 학습지 교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등 사업이 엉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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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홈페이지] |
이유형 씨에 따르면 서비스제공기관인 대교 눈높이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언어발달지원사업 서비스 내용인 언어발달치료 수업이 아닌 일반 학습지 교육 내용인 국영수 수업을 진행했다.
이같은 수업 진행은 규정상 어긋나는 것이다.
윤성웅 복지부 장애인서비스팀 주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3월 12일 현장점검 확인결과 서비스교육 내용에 포함이 안 된 수학과목을 가르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수학은 서비스 내용과 다른 교과목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 금액에 해당하는 액수를 환수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비스교육 내용 외의 교과목 수업은 이유형 씨와 윤성웅 주무관과의 전화 녹취에서도 확인됐다.
녹취에서 윤 주무관은 “국어, 수학 등 교과목은 서비스에 해당되지 않는다. 교과목을 계속 받았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유형 씨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국영수)교과목은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대교 측에서) 국어, 영어도 언어발달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서비스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바우처지원금이)지원되지 않는다. 정부 돈 도둑질한 것이다”고 하자 윤 주무관은 “정부 돈 도둑질 한 게 맞다”고 답했다.
이어 이 씨는 “국가에 대한 사기며 범죄다 검찰에 고발할 것이다. 교육을 한다는 사람들이 정부예산으로 장난칠 수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정부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 직무유기다”고 비판했다.
또 이유형 씨는 대교의 언어발달지원사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이 씨는 “대교에서는 눈높이 교사들에게 언어발달지원사업에 대한 교육도 시키지 않았다”면서 “알아본 결과 교사들에게 지급되는 수당도 언어발달지원사업의 22만원에 대한 수당이 아니고 국어, 영어, 수학 교과목에 대해서만 수당을 받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서비스에 포함 되지 않은 참고서 부분까지 제가 추가로 요구했다는 누명까지 썼다”면서 “아이가 공부를 하다가 선생님한테 한 두 문제 질문하는 게 추가로 요구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수업시간도 규정상 1회 50분을 지키지 않고 20~25분 정도만 실시했으며, 서비스 가격인 22만원도 맞춰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교 측에 항의하자 대교 측에서는 부족한 금액도 채워주고 시간도 1주일에 1일 50분씩 2회는 어려우니 1주일 1회 1시간 40분으로 늘려주기로 제안해서 따랐다는 것.
그러나 제안 내용과 실제는 달랐다.
이후에도 서비스 교사는 처음에는 1시간 이상 수업을 하다가 점차 시간이 줄어들었다.
특히 이 씨는 “대교 측에서 제안해 수업시간 조정 내용에 대해 대교 측에서는 합의 했다고 하는데 대교 외에는 다른 기관을 선택할 방법이 없어 양보 한 것이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현재 학습지 기관 중 대교만이 지정된 상태다.
윤 주무관은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 결과 대교만 유일하게 신청해 지정했다”면서 “언어발달지원사업은 전국 시군구에서 지정한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전국 시군구에는 400여곳의 언어치료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교만 지정된 것에 대해서도 이유형 씨는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윤 주무관은 “언어발달지원사업은 약 20억원 규모에 이용자가 전국 1100여명이다. 관련기관들에서는 전국 사업으로는 큰 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해 신청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유형 씨의 제보에 대해 대교 측에 확인을 요청하자 서면으로 답해온 내용은 이 씨의 주장과는 상반됐다.
대교 측은 “대교의 경우 언어지도, 독서지도, 놀이지도의 3영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각각의 서비스는 치료가 아닌 발달 지원에 가까운 서비스다”며 “언어 영역은 국어교재를 활용, 독서지도의 경우 영역 또는 단계별 도서를 활용하며, 놀이지도의 경우 문제해결 능력 발달을 위한 교재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서비스를 혼합해 주 2회 100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비스 단가도 이 기준에 의해서 책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공되는 교재가 일반 회원아동 대상 교재와 책 등이 동일할 수는 있어도 서비스 시간이나 내용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대교 측은 “학부모가 주장하는 교재의 단가 및 서비스 금액은 일반 회원아동의 유사 영역 서비스를 기준으로 자의로 서비스 금액을 산정한 것으로 불합리한 설명이라 할 수 있다”며 “학부모 및 아동의 상황에 따라 시간이나 요일 등 조정이 있긴 했으나 대교는 기본 요건을 충족하도록 모든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언어발달지원사업 서비스제공 편법운영은 지방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에서 취재가 들어가자 경기도 북부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A씨는 이유형 씨를 통해 익명을 전제로 또 다른 제보를 해 왔다.
A씨에 따르면 자녀가 언어발달지원사업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약 15분 수업에 교과목은 국어와 영어만 가르치며 정부 지원금 22만원을 모두 챙기고 있다.
이유형 씨는 “정부 관계자나 검찰에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더 이상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된다”면서 “대교 측과 정부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지난 2011년 2월 시행 이후 2년간 당국은 단 한 번도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성웅 주무관과 이유형 씨와의 전화 녹취를 확인한 결과 이 씨가 “시행 후 관리감독과 지도, 만족도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자 윤 주무관은 “지난해 말 만족도조사는 했다”고 말해 관리감독 미 시행을 시인했다.
한편 언어발달지원사업은 양쪽부모가 시각 혹은 청각 등록장애인인 만18세 미만 비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언어발달서비스, 독서지도 놀이지고 수화지도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바우처지원액은 22만원이며 본인부담금은 소득수준에 따라 최고 6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