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교수의 산부인과 이야기
얼마 전 30대 초반의 여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최근 들어 생리양이 늘고 불규칙한 출혈과 함께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초음파검사를 해
본 결과 자궁에 테니스공만한 크기의 근종이 자라고 있었다.
“우선 근종의 변화를 지켜봐야겠지만 근종이 점점 커진다면 수술로 절제해야한다”고 설명하자 이 여성은 “선생
님이 구멍하나만 이용하여 수술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여자고 아직 결혼 전이라 가능하면 몸에 수술자국
을 남기고 싶지 않은데, 혹시 저도 그렇게 수술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산부인과에서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은 과거에 불임수술 방법으로 흔히 사용되던 복강경수술법이 점차 발전하여
생겨난 수술법으로, 복부에 0.5-1cm 정도의 작은 구멍을 3~4개 정도 뚫고 그 구멍을 통해 수술하는 방법이다.
복강경 수술이 더욱 더 진화해 최근에는 단 하나의 구멍을 통해 수술하는 단일공복강경수술까지 시행이 가능해
졌다. 단일공복강경수술은 산부인과 영역에서 시작돼 최근에는 외과, 비뇨기과 등 다른 수술분야에도 활용되고
있다.
단일공복강경 수술은 비침습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복강경술 중에서도 가장 앞선 수술법으로, 환자의
배꼽에 2cm정도 절개를 한 뒤 특수 제작된 복강경 출입구(port)를 삽입하고, 이 출입구를 통해 여러 가지 복강
경수술을 하는 것으로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사실 자궁은 다른 장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꼽으로부터 먼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동안 복강경에 의한
자궁종양, 양성 난소종양은 어려운 수술 중 하나로 꼽혀왔으나, 이제는 다양한 복강경 출입구가 개발돼 단일공
법 복강경술이 많이 적용되고 있는 추세다.
단일공복강경 수술은 산부인과 수술에 매우 적합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첫 번째 이유가 질을 통한 시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질은 자연 개구부에 해당되며 질식적출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단일공복강경수술을 쉽게 적
용할 수 있다.
둘째로 자궁 조작기의 역할이다. 대부분의 복강경수술 때 자궁 조작기를 사용하는데, 난소 또는 나팔관 수술 시
자궁을 환측의 반대편으로 움직임으로써 환측 부속기 수술을 용이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셋째로 부인과 양성질환 수술의 상당수가 ‘제거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일공복강경수술의 안전성을 쉽게 확
보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산부인과 수술로는 자궁적출술, 난소제거술, 난소낭종 제거술, 자궁
외 임신수술 및 진단적 복강경 술 등이 가능하다.
단일공복강경 수술은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으며 개복수술에 비해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지만 안타
깝게도 모든 자궁종양 치료에 사용할 수는 없다. 혹이 큰 경우에는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시간만큼 수술
중 출혈과 위험도가 증가하며, 수술 후에도 수술 시간과 비례하여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일공복강경 기구들이 보험이 되지 않아 수술비가 개복수술보다 비싸고 근층 내 자궁근종이나 근종이 큰
경우 복부 내 유착이 심한 경우는 신중히 고려해서 실시해야한다. 결정적으로 단일공복강경으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의사들이 제한되어있어 가임기 여성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복강경이든 로봇이든 어떤 첨단 수술기구도 외과의사의 손이나 눈만큼 믿을 만한건 없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이
나 미국에선 지금도 산부인과적 수술에 하이브리드 복강경 방식을 많이 쓴다. 외과의사의 기본인 개복수술을 충
분히 해봐야 단일공복강경 수술도 잘 할 수 있다.
여하튼 이러한 장단점을 고려하고 환자와 충분히 상의하여 적절한 수술법을 선택하게 되면 단일공복강경 수술
을 통해 환자의 통증 감소와 미용효과 면에서 훨씬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고자 : 건양대병원 김철중 교수